지리쨈🍯의 지리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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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부터 오랜 시간 꿈 꿔 왔던 

꿈을 이루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합격 발표가 나던 바로 그 순간, 

집에 함께 있던 할머니와 얼싸 안으며 

'드디어 나도 꿈을 이루게 된 것인가!',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많은 희망찬 생각들을 했더랬다.

 

하지만 첫 출근을 하고 단 1주일.

거의 오전 7시 50분부터 밤 10시까지 장장 14시간의 쉴 새 없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녹초가 된 몸을 누일 때면, 이 직업이 과연 나에게 지속 가능할 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심지어 직업 특성상 14시간 일을 하고, 10시에 야간자율학습 이후

퇴근을 하고 온다고 해도 바로 다음 날의 수업, 상담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일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 순간까지(거의 1~2년은)

평일에는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고 퇴근 이후에 계속 업무의 연장인..

그런 삶을 살아야만 한다. 

 

그러다가도 남들에게 평소에도 잘 하지 못하는 싫은 소리, 잔소리를 '해야만' 하고

서로 기분이 상해 돌아설 때면 그 후유증에 잠 못 이루는 날들이 오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텨낸(?) 지도 벌써 6년째이다.

 

이제 어려운 일은 왠만큼 한 번씩은 다 겪어봤겠거니 했지만

올해는 특별히 새로운 전염병이라는 이슈가 생겨 

완전히 새로운 세계, 새로운 상황에

다른 직업들처럼 열심히 적응해나가고 있는 찰나.

 

오늘은 1년에 하루 뿐인 나의 생일 이었다..!

사실 요즘 신경쓸 일이 많아 생일이라고 해도 그다지 감흥도 없고

그냥 많은 날들 중 하나인 게 아닐까 싶고,

일이나 열심히 해서 성과나 많이 냈으면 좋겠다 라는

다분히 자본주의적인(?) 마인드로 맞이한 날이었는데,

하루를 마치는 지금.

너무나도 이 직업을 가지게 된 것을 감사하는 하루, 충만한 하루를 보내었다.

 

사실 2016년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이상하게도 언론이나 다양한 사람들에게 타겟팅이 된 집단 중 하나이기 때문에

당연히 반 아이들이 생일 파티나 생일 선물을 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오늘 아침 조례 시간에도 어제 잘못한 아이들을 불러 잔소리를 하며 시작했기에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퇴근 이후에 소중한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하며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막상 카톡을 열어보니

작년 속을 많이 썩였던 우리 반의 천사같은, 보물 같은 아이들의 카톡부터 시작해서

재작년 역시 속을 많이 썩였던 반의 소중했던 아이들의 축하 문자,

그리고 심지어는 첫 해, 둘째 해에 가르쳤던 제자들까지..!

이미 나를 오래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낸지 5년, 6년이 된 친구들이 

온라인 세상에서나마 나를 기억해주고, 나의 생일을 축하해주며 축복을 해 준다는 사실이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을 만큼 행복했다.

 

심지어 몇몇 졸업한 친구들은 본인의 용돈도 넉넉하지 않을텐데도 불구하고

생일 축하 카톡과 함께 크고 작은 선물 기프티콘을 보내기도 했다.

(물론 졸업생은 김영란법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런 연락을 받으며, 한 명 한 명 성실히 답장을 보내고, 감사 인사를 보내다 보니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 감사했다. 

 

내가 뭐라고,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은 되나. 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내가 그들에게 보여 준 관심은 정말 작은 것, 사소한 것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그 친구들이 나에게 표현해주는 감사함과 애정의 표현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가치를 매길 수 없을만큼 너무나도 큰 것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는 개중에 약간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내가 소리를 치며 야단을 쳤던 학생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기억들로 기억해주고, 그리워해주며, 그 시간들을 소중히 여겨주고 있음에,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도 모두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해가고 있음에.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 밤, 에어컨 바람에 뜻하지 않게 센치해지는 밤에

결국 가장 부족했던 건, 가장 많은 것을 배워갔던 것은 결국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수많은 아이들을 혼내며 가르치며, 사실은 부족한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충분히 엇나가고 비뚤어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작은 이야기들을 소중하게 들어주고 고개 끄덕여주는 마음 착한 아이들이 있기에,

또 나의 일이 보람찬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직업을 갖기를 참 잘했다.

결국은 사람이 전부다. 라는 생각을 하며

내일도 마음 수양을 하러 학교로 떠나야지.

 

오늘 밤에도 별이 여름 바람에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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