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쨈🍯의 지리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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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교단일기이다.

 

다른 포스팅들과는 다르게 일기 형식으로 써 내려가보려고 한다.

오늘은 벌써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2학기 중간고사 마지막 시험까지 보고 귀가를 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얼굴을 마주하며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면서도

사실 업무와 닥쳐오는 수시 일정에 쫓겨 학생들 얼굴을 하나하나 제대로 보지 못했다. 

 

다음 주 일주일간 스파르타 식으로 학급 전체 학생들을 한번 쭈욱 수시 상담을 끝내기로 했고,

그 이후에도 계속 자소서 수정 상담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9월은 죽었다 생각하고 

아이들의 수시에 전념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어려운 마음으로 오늘 시험 마지막 날을 즐겨보자 라고 생각하고

남자친구와 함께 평일 점심 식사를 즐기는데,

다음주에 아이들 자소서를 제대로 검토해주기 위해 오늘 자기소개서 관련 책을 절반 정도 읽었다고 했더니

대뜸 '너는 좋은 선생님인 것 같아'라고 얘기해주었다.

마음 속으로 '정말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보다 더 논리적인 남자친구의 말에 

오히려 위로가 되는 듯 했다.

 

사실 알고보면 나보다도 더 많은 노력을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나 자신을 위해, 아이들에게 유창하게 자기소개서를 검토해주고

논리적으로 수정해주는 나의 모습을 위해 공부를 조금만 더 하려고 했을 뿐인데,

그런 작은 모습 조차 좋은 선생님의 모습으로 봐 주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갑자기 오늘 종례 시간에 명랑하게 인사하고 귀가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 아침, 최근 생기부로 매일 집에서도 업무를 하다보니 마음이 지쳐서

'이렇게 상담을 해 주는 것도 내가 잘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나에겐 좋은 것이 하나도 없다.'

라는 꼰대같은 말을 해 버리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꼰대같은 말을 하는 나의 훈화 아닌 훈화(?)에 고개를 한없이 끄덕여 주는 

예쁜 아이들이 있고, 또 오늘도 수고많았다고 명랑하게 인사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갖게 되는 밤이다.

 

오늘 또 오랜만에 좋은 교사란 어떤 선생님일까.

곰곰히 고민해보게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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