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쨈🍯의 지리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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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살다보면 그런 날들이 있다.

 

나중에 오랜 시간이 지나 간 뒤에 돌이켜 보았을 때,

지금 이 시기가 엄청나게 그립지 않을까.

하는 간지러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마음이 드는 시기라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란 참으로 간사해서, 지금 내가 처한 자리, 내가 있는 상황을

마음에 들어하는 법이 없다.

 

항상 소중한 것은, 사랑했던 것은 지나간 뒤에 깨닫기 마련.

지나간 후에야 그 때의 마음이 진짜 사랑이었음을 속절없이 깨닫게 된다.

 

지나간 시간들. 그 시간들을 오래 지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별 것 아닌 일상이었음에도 선명히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다.

 

뜻밖에도 나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정규 일과를 모두 마치고, 힘든 방과후 수업도 모두 마치고

심지어 밤 10시까지 남아야 하는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할 때 

갑자기 삶이 충만해지는 그런 순간들을 불현듯 느낄 수 있었다.

 

열심히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아이들과 사각거리는 연필들의 소리와

조용해진, 적막해진 복도를 어스름지는 여름 기운이 착 감싸 내려올 때

갑자기 불현듯, '인생이란 이런 것이구나.', '이런 것이 삶의 작은 행복들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어느 날은 너무 지쳐, 더 이상 오늘은 야간자율학습 감독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며 터덜터덜 복도를 걷고 있을 때 

한 아이가 '선생님! 저기 하늘 좀 보세요!' 라고 던진 동화 같은 말 한 마디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을 때.

바로 그 때, 내가 살고 있는 지구가 천국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을 가졌었다.

 

오랜만에 핸드폰 사진첩을 정리하다그 날, 그 때 찍었던 하늘 사진을 보았다.

 

이 세상 빛이 아닌 듯한 매혹적인 분홍빛으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좋은 하늘 아래에서도 형광등 불빛을 밝혀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삶의 충만함을 느꼈다.

가슴 가득히 차오르는 충만한 감사함.

 

태어난 이유를 몰라 방황하던 나의 영혼이 제 자리를 찾은 듯한 그런 충만함.

이 곳이 내 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던 그 숱한 일상의 나날들.

 

이제 다시 돌아가기에는 조금 민망스러운 전 학교가 되었으나

처음 직장으로서의 학교를 접한 나에게 참 많은 것을 배우게 해 준 감사한 그 곳.

 

오래된 사진을 바라보다, 잘 만들어진 노래를 함께 듣다결국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잘 만들어진 노래 하나에도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쉽게 움직이는구나를 

절실히 느끼게 해 준,

Gert Taberner의 Fallen을 들으며 7월의 어느 저녁에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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