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쨈🍯의 지리는 여행🗺

반응형

오늘은 교직 역사상 세 번째로,

우리 반 학생 중 자퇴를 희망하는 학생을 상담하고 온 날이다.

 

벌써 세 번째인데 뭐가 그렇게 힘들까 싶기도 하지만,

교직이라는 것이 사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직업이다보니

다양한 일을 겪게 되는 직업 특성을 갖고 있는 것도 맞지만,

스스로 원해서 이 소속 집단을 포기하려는 친구를 볼 때마다

정말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대다수의 경우에는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을까

학생의 선택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그 마음을 돌리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의 경우에는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까. 내가 이렇게 행동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반복하다보니 최근 몇 일간은 매일 밤 악몽을 꿀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벌써 짧지 않은 8년이라는 세월을 고등학교에서 보내고 있는데,

오랜동안 담임 교사라는 같은 일을 반복해 온 나의 전문성이란 

이런 새로운 일이 생길 때마다 온데 간데 없고, 

나 역시 질풍 노도의 시기, 어려운 심리적 시기를 처음 힘겹게 겪어 내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님과 다를 바 없는 마음이 된다. 

 

물론 학생과 학부모님이 직접 겪고 있는 마음의 크기, 어려움의 크기에 비하면

내가 느끼고 있는 마음의 짐은 정말 얼마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나의 작은 생각이라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나름의 진심을 전하고 왔다.

 

요즘 대학원 공부와 교직 생활을 힘겹게 병행하면서 많이 마음이 약해졌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집에서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다시 하면서도

자꾸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인데

정말로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사람은, 인간은 가장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나면, 그 모든 것이 확실해지는 것 같다.

삶은 그다지 녹록치 않아서, 가장 바라는 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쉽게 주는 법이 없이

늘, 정말 그것을 원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마치 운명의 신이, 하늘이 나타나서 확인해보려는 듯이 

자꾸 담금질하고 흔들어보고 재어 보는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내가 정말 그 일에 진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은,

그 일을 준비하면서, 해 나가면서 정말로 너무나 힘든 순간,

그래도 내 마음 한 켠에 아직 진심이 남아 있었구나. 소중한 마음이 남아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모든 마음은 소중하고, 모든 경험은 소중하다.

 

오늘도 부끄러운 일기를 온라인에 기록하고 있는 이 순간도 참 부끄럽고 면목이 없지만,

언젠가의 나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검색이 편한 나만의 온라인 메모장을 빌려 마음을 잠시 적는다.

 

진심이 통하는 22년 연말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반응형

이 글을 공유합시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