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쨈🍯의 지리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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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 일기를 쓰고 싶은 날이라, 다른 인사 없이 온라인 일기를 쓰려고 한다.

일기는 일기장에 쓰는 것 아니냐며 반문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혹시 우연히 이 페이지에 들어와서 그런 생각을 하는 분이라면 당신 생각이 맞으니, 자연스럽게 뒤로가기를 클릭하고 조용히 나가주셨으면 좋겠다. 

 

최근 앞날이 창창한 많은 유능하고 똑똑한, 젊은 초등학교 선생님들께서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마음이 너무 아프고, 눈물이 앞을 가리는.. 슬픈 이야기이다. 사실 오늘 이렇게 온라인 일기를 쓰는 이유도 더 이상 선생님들의 희생이 없기를.. 아픔이 없기를.. 아프더라도 함께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시고 부디, 부디, 생명을 저버리는 일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마음 아파하시는 선생님 한 분 한 분을 직접 만날 방법은 없기에 온라인으로라도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필력도 좋지 않으나 짧은 글을 쓴다. 

 

최근 이 일련의 사건들을 쭉 겪고 보면서, 나는 슬픔 보다는 무력감과 분노를 가장 많이 느꼈다. 지금의 내가 느끼는 이 감정, 또 많은 선생님들께서 느끼는 감정은 사실 '집단 트라우마'라고 생각한다. 먼저는 꽃다운 나이에 생명을 저버릴 정도로 힘들었을 초년 선생님에 대한 미안함과 슬픔, 그리고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무력감과 이렇게 된 교직과 현 상황에 대한 분노.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을 때 느끼는 분노와 슬픔.

 

나는 왜 자꾸 화가 나는지, 내가 자꾸 화가 나는 대상은 누구인지 생각해보았다. 가장 먼저는 자신의 학창 시절의 구타 당했던 나쁜 기억들, 좋지 않은 선생님을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상처를 자신의 자녀에게 투영하여 현재 근무하고 계시는 너무 유능하고 좋으신 선생님들께 함부로 대한 모든 학부모들에게, 화가 났다. 자신의 상처는 오롯이 자신의 것, 상처 없이 성장하는 나무가 어디 있는가. 상처 없이 성장하는 어른은 또 어디 있는가. 스스로의 상처와 아픈 기억은 자신이 직면하여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지만, 요즘 특정 학부모님들을 보면, '어른은 어디에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른으로, 한 사회의 일원으로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인지가 전혀 없는 채로, 스스로의 과거 트라우마에 갇혀 자신의 생각만이 옳은 것인양 인터넷 뉴스에 댓글을 달고, 스스로 위안하는 자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나이는 어른이지만 정신은 아직 과거 트라우마에 갇혀 있는 어린 애로 머물러 있는 사람들. 자신의 경험의 잣대로 현재도 그럴 것이다 무심코 판단해버리고 입으로 배설 활동을 해 버리는 그런 사람들.

 

두 번째로 화가 나는 대상은 바로 이 사회에 책임감 있는 어른의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자기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자기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다. 교직 사회는 21세기, 2023년과 걸맞지 않게 아직도 아주 옹졸하고 고지식한 구석이 아주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직 사회가 그런대로 굴러가고 있는 것은 한 명 한 명의 유능하고 열정 많은 선생님들이 계시기 때문, 딱 그 이유 하나 때문이다. 오바마가 칭찬했던 한국 교육도 사실, 한 명 한 명의 유능하고 똑똑한, 가르치는 일에 자신의 젊음과 열정, 에너지를 아끼지 않았던 수많은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 딱 그 하나이다. 하지만 뼛 속 깊이 정치인이면서 '자칭 교육인'이라는 탈을 쓴 작자들이 요즘 하는 행태를 보면 아주 웃기지도 않다. 이 모든 문제는 교사 출신의 교육감, 교사 출신의 교육청 직원, 교사 출신의 교육부 장관이 적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는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을 기억을 못하거나.

 

세 번째로, 교직의 호시절을 보낸 뒤 은퇴 하시고 유유자적, 이번 일련의 사건들은 내 일이 아닌 양 생각하고 계신 많은 선배 교사분들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감히 하늘 같은 선배님을 지적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 멈추어서 당신이 받고 계신 그 연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생각해보시라고 감히 여쭙고 싶다. 내가, 지금 공무원 연금을 납부하는 수 많은 선생님들이 지금과 같은 집단 트라우마로 하나둘씩 그만두고, 결국 아무도 남게 되지 않아도, 그 연금이 지금처럼 잘 나올 수 있을 것 같은지. 이게 과연 가만히 있을 일인지 잠시 멈추어서 생각해달라고 긴히 부탁드리고 싶다. 

 

최근 갑갑한 마음에 운동을 시작했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르는 달리기를 한참 하다 보면, 그래도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화가 날 때마다, 화가 나는 만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선생님들의 일이니까 개인이 잘 알아서 해결해야지 하고 나몰라라 내버려 두었다가는, 안그래도 세계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유례 없는 초저출산 시대를 맞이한 대한민국은 정말 망하는 길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자원 하나, 기름 한 방울, 리튬 한 조각 없는 이 대한민국 땅에서 지금껏 경제가 성장하고 문화가 성장한 배경을 생각해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공교육이 생각보다 매우 큰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교육을 포기하고, 선생님들의 노고를 무시하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공교육이 무너진 곳에는 더이상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이 존재할 수 없는 초양극화 사회, 나보다 잘 사는 사람, 나보다 행복한 사람을 보기 싫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는 사회가 남을 뿐이다. 부디, 남의 일로 생각하지 말고, 우리 사회를 위해 선생님들의 외침에 한 번이라도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혹시나 여기까지 읽으신 인내심 가득한 분이라면, 이것 하나만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고, 남을 나처럼 귀하게 여긴다면 어떠한 문제도 다 문제가 아닌 것이 되지 않을까 한다. 타인의 아픔을 백 퍼센트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공감하는 척이라도 해 보자. 듣는 척이라도 해 보자. 고개라도 끄덕여 보자. 그리고 세상은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보자. 내가 바라는 것을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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