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쨈🍯의 지리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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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일매일 성장을 추구하는 지리쨈입니다🙌
2022년 들어서 친한 선생님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즐겁게 하고 있는데요. 매달 서로가 고른 책 한 권씩을 읽고 와서 책을 읽으며 한 생각들을 세 네 시간에 걸쳐 천천히 이야기 나누는 모임입니다. 특별할 것 없는 독서모임이지만 오랜만에 만나서 학교 얘기, 책 얘기에 더불어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마음이 편해지고 재미있어 매일 기다리는 모임 중 하나입니다💕👍

6월의 책으로는 저널리스트로도 굉장히 유명하다고 하시는, 박권일 님의 '한국의 능력주의'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한참 사회학 책을 많이 읽던 시기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많이 읽지 않던 종류의 책이다보니 처음에는 조금 어려운 마음? 불편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 내용을 한 번 읽고, 잠시 책을 덮어두고 그 문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하는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능력주의에 찌든 사람'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고,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아직도 능력주의 마인드를 놓아줄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등학교에 근무하며 보다 좋은 대학교 입시를 위해 가르쳐 왔던 벌써 10년 가까운 세월들이 저의 가치관의 많은 부분을 이미 차지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수업 시간에 다른 친구들의 수업 진도를 방해하며 이상한 질문을 하는 학생들을 보면, 아무리 창의적인 질문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화부터 나는 것이 요즘 저의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말로 능력주의 마인드를 더 공고하게 하도록 돕는 모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스승이란 특출나게 우수한 재능을 가진 자가 아니라, 먼저 태어나서 먼저 길을 걸어 본 자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저의 모습을 되돌아 보았을 때 과연 먼저 제가 걸었던 길에 너무나 지나친 확신을 가지고 똑같은 길만을 아이들에게 마치 틀린 정답지처럼 제시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책을 읽을 때는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닌가, 요즘 한국은 이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할 만큼 정말 좋아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며, 저자의 비판에 마음 불편해 했었는데요. 막상 책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정말 많이 드는 좋은 책 인 듯 합니다. 독서 모임에서도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능력주의 마인드를 키우지 않을 수 있는가'하는 주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날 때 관련된 책들을 더 읽어보며 더 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간만에 많은 생각이 드는 책이라 추천합니다!

- m e m o -

p.13
유명한 미식축구 코치인 배리 스위처(Barry Switzer)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자신이 3루타를 친 줄 안다(Some people are born on third base and go through life thinking they hit a triple)"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p.15
능력주의는 정의를 가장하기 때문에 노골적 부정의인 세습 신분제보다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정치평론가 크리스토퍼 헤이즈는 "능력주의 사회는 빈부격차에 가장 둔감한 사회일 수 있다"며 "능력주의의 철의 법칙(The Iron Law of Meritocracy)"를 제기한다. "부자는 자기 능력 때문에 부자가 되었다고 하고 빈자는 자기 능력의 한계로 빈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정당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능력주의는 구조적 불평등과 차별을 '공정한 경쟁'인 것처럼 가정한다는 점에서 기득권을 옹호하는 효과가 크고, 이에 따라 오히려 명시적으로 비난받는 세습 신분제보다 큰 폐단을 낳을 수 있다.

p.88
고졸자의 고등교육(4년제, 전문대) 진학률은 2008년 83.8%로 정점을 찍은 뒤, 학령인구 하락 등으로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다.) 그러나 경제구조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에 의해 실업자와 불안정·비정규직 노동자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대학교육의 팽창은 박정희 정권기와 대조적으로 대졸자의 공급과잉을 초래했고, 청년층의 취업경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격화됐다.

p.107
고시 준비에 필요한 경제적 비용만 산정해 보더라도 '자기 혼자의 힘'으로만 치르는 시험이라 보기 어렵다. 2016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사시는 시험 준비를 시작한 때부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기까지 연평균 932만여 원, 6333만여 원이 필요했다. 참고로 사법시험을 대체한 변호사시험(로스쿨)의 경우 1인당 비용이 연평균 2217만여 원, 총 1억 579만여 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금액은 로스쿨 제도의 변호사시험 평균 합격률(약 75%)이 사법시험 평균 합격률(3%)의 약 25배에 이른다는 점과, 소위 '사시 폐인', '고시 낭인' 양산으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매몰 비용은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p.111
고시는 규범학문을 공부해 그 실력을 겨루는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개인에게는 그가 처한 상황에 대한 가치 판단을 마비시킬 것을 요구한다. 그런 개인은 "인생수양"을 실천하는 "수행자"로 종종 미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궁구해나가는 구도의 길과 입신출세를 위해 감정적 번민을 차단하는 판단정지는, 외양은 유사할 수 있지만 질적으로 동일한 행위일 수 없다.

p.116
고시 합격기 텍스트에 또 하나 강하게 나타나는 특징은 '공정세계 신념'이다. 공정세계 신념은 '공정세계 가설'이라 불리기도 한다. 한마디로, '세상은 공명정대하고 사람은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는다'는 믿음이다. 1970년대 이 개념을 처음 만든 심리학자 멜빈 러너는 풍부한 실험 및 경험연구를 통해 이런 믿음이 사람들 사이에서 보편적임을 보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그리 공명정대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실제보다 과도하게 세계를 공정하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런 믿음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세상이 공정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앞으로의 삶을 기획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p.121
사법부를 포함한 고시 합격자 집단은 체제를 끌어가는 지도층으로 불리지만, 사실 민주적 가치에 대한 불신이 가장 강한 '민주주의 인식 취약 집단'이기도 하다. 일례로, 고시를 통해 입직한 관료가 언론사 기자들과 모인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라고 발언해 사회적 파문이 일어난 적도 있다. 합격자 대다수는 학교 외에 다른 이질적 집단이나 조직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시 준비에 돌입하며, 그 과정에서 인간을 우열화하는 관점과 선민의식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내가 열심히 해서 고시에 합격했으니 마음대로 그 권력을 행사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그런 이들끼리 폐쇄적인 공동체를 만드는 걸 당연시한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전관예우' 관행은 이런 특권의식이 왜 지속되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의 하나다.

p.124
한국 능력주의의 핵심적인 특징은 '시험을 통한 지대추구'의 정당화다. 한국은 지위와 권한의 상당수가 공개경쟁시험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에서, 지위와 권한이 실질적 기여나 업적에 따라 조정되는 다른 나라와 확연히 구별된다. 한국의 수많은 시험들 중 특히 중요한 시험이 몇 가지 있다. 대학입학시험, 공무원 선발시험인 '고시', 민간기업의 공채시험, 문학계의 소위 '등단'제도 등이다. 이 시험들은 '결정적 시험'으로서,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이후 삶에 글자 그대로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p.136
한국의 이 계급차별은 종족성과 결합해 '끔찍한 혼종'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역사학자 박노자는 소위 '선진국' 출신이냐 '후진국' 출신이냐에 따라 철저하게 위계서열을 만들어 외국인을 다르게 대하는 한국인 특유의 행태를 '지엔피 인종주의'라 이름 붙인 적이 있다. 지엔피 인종주의는 선진국 출신 백인을 떠받들고 심지어 특혜까지 주면서, 후진국 출신이나 유색인종을 깔보고 차별하는 습속이다.

p.161
사실 오늘날 자본주의 국가 상당수는 이 상상의 국가 '테스토니아'와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그런 사회는 기회구조를 보정하는 대신 소수의 성공신화로 다수의 비참을 덧칠함으로써 불공정과 부정의를 공정과 정의로 착각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의한 구조 자체를 의심하기보다는 타인이 '공정한 룰'을 어겼는지 여부에만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 결과 불평등은 더 악화되고 사회적 신뢰는 점점 허물어진다.

p.174 ★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세계가치관조사 자료를 사용하여 52개 국가의 관용성 수준을 평가했더니, "자녀에게 관용성을 가르쳐야 한다"는 응답은 한국에서 45.3%로 52위, 즉 꼴찌로 나타났다.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나와 다르거나 나보다 못한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의식을 자녀에게 가르치겠다는 응답이 52개 국가 중 꼴찌라니. 이것은 소득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응답 빈도만 비교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자녀에게 관용성을 가르치겠다는 한국인의 비율은 1인당 GDP 1,807달러에 불과한 르완다(56.4%)보다도 낮다. 나는 이 주제와 관련하여 대중강연을 할 기회가 있으면 이 결과를 보여주며 청중들에게 묻는다. "여러분의 고등학생 자녀가 공부를 잘하는 편인데, 같은 반에 성적이 낮은 초등학교 동창생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자녀에게 뭐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네가 좀 도와줘라, 이렇게 말씀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걔랑 놀지 마라, 이렇게 말씀하시겠습니까?" 한국인의 관용성이 르완다보다도 낮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던 청중들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놀지 말라고 말할 것 같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p.200
불평등이 나쁜 이유는 경제성장에만 있는 게 아니다. 불평등은 인간의 건강에 나쁘다. 사회역학자 리처드 윌킨슨과 케이트 피킷은 선진 23개 국가와 미국 50개 주 데이터를 토대로 불평등한 선진국 시민이 평등한 국가의 시민보다 약물에 중독될 확률, 살해당할 확률, 비만이 될 확률 등이 두 배에서 열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이 연구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평등한 나라, 예를 들어 북유럽 국가들은 국민 건강의 거의 모든 면에서 불평등한 선진국들을 압도했다.


p.256
일부 대기업, 공기업, 대형 1차 하청기업 등을 제외하면 대다수 노동자에게 연공급제는 별 의미가 없다. 특히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경우 대기업 정규직에조차 이미 높은 고용 유연성이 적용되고 있으며 정년을 채우는 노동자 역시 드문 상황이다. 상층 노동자와 나머지 노동자에 적용되는 임금체계가 애초 다르기 때문에 연공급제 개혁의 효과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p.260
한국은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에서 OECD 29개국 중 항상 꼴찌다. 유리천장지수는 성별 임금격차, 노동참여율, 여성 관리직 비율, 성별 1차 교육수준 격차 등에 대한 세계기구 데이터를 토대로 각국 여성 노동환경을 분석한 지표다. 특히 한국은 조사할 때마다 성별 임금격차 30%를 넘어서는 압도적 최하위(29위) 국가로서, 성별 임금격차 20%대로 '붙박이 28위'를 차지하는 일본에 비해서도 엄청난 격차를 보인다.

p.276
한국의 시민은 종종 광장에 모여 정치적 격변을 만들어내긴 했으나 전부 특정 정치 엘리트 세력을 다른 엘리트 세력으로 교체하는 데 그쳤다. 수백만 명이 모이는 촛불시위가 그렇게 많이 열렸음에도 그 시위가 분배의 평등화로 이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 아니 그것을 요구한 적조차 없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어떤 본질적 면모 중 하나다.

p.278
한국인의 가치관은 불평등에 대한 강한 선호경제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자기표현 가치로 요약된다. 불평등 선호는 주로 형평 원리, 능력주의 원칙, 소득 불평등에 대한 강한 지지로 표현됐고, 낮은 자기표현 가치는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낮은 관용 수준, 생태환경 문제에 대한 낮은 문제의식, 경제 수준에 비해 매우 낮은 성평등 수준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자기표현 가치는 아르헨티나, 과테말라, 콜롬비아, 멕시코보다 낮고 같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홍콩, 태국, 중국 아래에 있다.

p.290
정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엘리너 오스트롬은 스위스, 스페인, 필리핀, 일본 등 세계 곳곳의 공유자원 관리 사례를 수집·분류하고 게임이론 등의 이론적 틀로 분석해 공유자원 관리에 성공하는 조건들을 추출했다. 그는 '공유자원은 제대로 관리될 수 없고 따라서 완전히 사유화되거나 국가가 운영해야 한다'는 전통적 견해에 맞서 공유자원을 관리하는 의사결정과 규칙을 위한 제도를 이론화한 공로로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오스트롬 이론의 전모를 여기서 모두 소개하기는 어렵지만, 핵심은 '조건부적 전략'과 '참여와 감시의 원리'다. 조견부적 전략이란 '모두가 협력하는 한 나도 협력한다'는 전략이다.

p.298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며 아파트 경비 노동자를 비하하는 주민을 지목해서 "공부 안 하면 저렇게 교양 없는 소리를 하게 된다"고 비판하는 '교양 있는 주민'을 떠올려보자. 겉보기에 그는 노동자를 대놓고 비하하는 주민보다 똑똑하고 선량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역시 본질적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능력주의자인 건 마찬가지다. 학벌주의에 반대하는 말고 학벌 좋은 사람이 해야 설득력이 있다고 느끼는 심성,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힘을 기른 뒤에 행동하라는 조언, 진보는 지능의 문제라는 인식, 어떤 사람을 비판하는 것은 열등감의 발로라는 진단 등 얼핏 능력주의와 무관해 보이는 행태들도 사실은 정확한 의미에서 능력주의의 갈래들이다.

p.301
능력주의가 문제인 핵심 이유는 불평등을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현실적 능력주의'와 '이상적 능력주의'라는 두 층위에서 모두 발생한다. 현실적 능력주의는 세습 신분제를 공정성으로 위장하여 불평등을 재생산한다. 능력주의 비판의 대다수는 이 '위장된 세습 신분제'에 대한 비판이며, 그래서 일부는 '가짜 능력주의를 넘어 진정한 능력주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능력주의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불충분하다. 이상적 능력주의 또한 세습 신분제 못지않은 문제를 낳기 때문이다. 이상적 능력주의 사회가 얼마나 끔찍한 디스토피아인지는 '능력주의' 단어의 발명자인 마이클 영이 픽션 형식으로 보여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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